옷을 키우는 목화학교

[Slow + Book] 정원 채소 자수 (아오키 카즈코)

[Slow + Book] 정원 채소 자수 (아오키 카즈코)

[Slow + Book] 정원 채소 자수 (아오키 카즈코)

자수는 나와는 동떨어진 무엇이었다. 굳이 연관성을 찾아 보자면 양복점 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항상 미싱과 바느질하는 어머니 모습에 익숙해진 것이나 결혼하고 옆지기가 십자수며 바느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으로 전통자수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이다.

농업과 관련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또 텃밭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처음으로 나의 생활과 자수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였다. 텃밭에서 흔히 보던 완두콩이나 초여름까지 귀하게 따서 먹는 아스파라거스가 실과 바늘로 책속에 들어가 있는 것은 정말이지 신선했다.

무언가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 바늘을 잡아보았다. 텃밭 채소를 주제로 에코백에 들어갈 자수를 놓기로 했다. 예전 농부학교의 한 학생이 평일 당번으로 텃밭에 와서는 한낮 땡볕을 피해 정자에 앉아 손바느질로 바지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평안해보여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도시의 쳇바퀴 도는 삶을 과감히 뛰쳐나온 이의 여유로움이랄까… 두 달 남짓 적당한 게으름 속에서 완성한 에코백은 요즘 내 삶의 하나를 설명하는 핫 아이템이 되고 말았다. 여러 모임 장소에서 부러움이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매력은 또 하나 있다.  이곳에 소개되는 여러 자연 이미지들은 오히려 초보자가 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보기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막상 해보면 텃밭에 나오는 채소 혹은 털이 삐죽삐죽 솟은 두더지 도안들이 오히려 삐뚤삐뚤 어설픈 초보자들의 자수를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 준다. 도안의 선을 벗어나도 좋고 잎사귀 하나를 멋대로 더 그려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