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키우는 목화학교

2018년 11월 ~ 2019년 1월_내 손으로 목화솜 조끼 만들기

2018년 11월 ~ 2019년 1월_내 손으로 목화솜 조끼 만들기

2018년 11월 ~ 2019년 1월_내 손으로 목화솜 조끼 만들기

11월부터 1월까지 격주 혹은 매주 만나 목화솜을 놓고 누벼 조끼를 만드는 강행군이 이어졌습니다. 수료식까지 완성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지만 딸 조끼까지 두 벌을 누벼 완성한 큰언니와 직접 염색한 천에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멋스런 조끼를 완성한 언니가 모두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3줄씩 누벼서 2주 만에 완성한 막내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죠.

그동안 슬로우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1년 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나누려고 아껴 두었습니다. 누군가 말로 하는 것보다 스스로 느끼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슬로우패션(slow fashion)을 말하려면 짧은 주기로 유행을 쫓아 대량 소비되고, 그만큼 손쉽게 버려져 환경적 문제까지 유발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패스트패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슬로우패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 손으로 목화를 심어 솜을 거두고, 그 솜이 들어간 옷을 만드는 느리고 수고로운 과정을 경험한다면 옷을 사는 것도, 버리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유행을 쫒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고, 자수라도 놓으면 평범한 옷도 오래 간직하고 싶어지는 옷이 되고, 나아가서 기계의 도움 없이 내 손으로 옷을 만들어 입을 수도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바람들을 담아 느리고, 수고롭고, 불편한 방법으로 1년을 왔습니다. 스스로 길러낸 목화솜을 조끼에 넣고 누비면서 솜이 주는 촉감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그 부드러움, 포근함, 따뜻함, 고마움…. 어떤 이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솜을 놓고 누비게 되었노라 하였습니다. 어떤 이는 집에 굴러다니는 무릎담요를 비슷한 색깔끼리 잘라 이어 붙여 어머니를 위한 조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업사이클링이야말로 슬로우패션에서 꼭 담아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인데,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쌓여 함께한 이들의 삶에 ‘내 손으로 무엇을 짓는 행위’가 작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며 목화학교 1기는 문을 닫습니다.

목화야 고마워! 이런 멋진 일을 해낸 내 손에게도 고마워! 덕분에 우리의 목화솜 조끼는 솜이 주는 물리적 따뜻함뿐만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자연의 시간과 우리의 노력과 정성이 담아내는 심리적 따뜻함까지 더해진 옷이라고.